곁을 내어주는 자연의 고백
인디포크팝 애조가(Birder) 싱어송라이터
전유동은 2015년, 클라우즈 블록(Cloud’s Block)이라는 이름으로 데뷔했다. 어쿠스틱 기타와 목소리로 성실하고 전형적인 포크 사운드를 들려준 시절이었다. 2018년부터 시작된 '음악으로 나는 무엇을 얘기하고 싶을까?', '음악에 담기는 나는 어떤 사람일까?'라는 고민을 발판으로, 2020년부터 프로덕션 오소리웍스의 프로듀서 단편선과 손을 잡고 전유동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활동을 시작했다.
전유동은 길을 걷다 자주 멈추고 관찰하는 사람이다. 도시적 삶과 자연은 종종 분리된 세계로 인식된다. 하지만 관찰할수록 두 세계는 서로를 비추며 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방충망에 걸려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딱딱하게 굳어버린 풍뎅이에게서 청춘의 모습을 보고, 물이 없어 말라 죽어가는 이끼를 통해 나를 나로서 존재하게 하는 것에 대해 질문하고, 비로소 끝에 다다라 날아오르는 무당벌레를 보며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나 투영한다. 무관심과 소외, 외로움, 그리고 새 생명을 위한 기도와 회복적 정의라는 주제가 또 다른 고백으로 이어지길, 그리고 모두의 내면에 잠재된 자연에 대한 감수성도 회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노래를 쓰고 부른다.
전유동은 서정의 영역에서 끌어온 포크의 문체에 다양한 사운드를 거부감 없이 입힌다. 프로듀서 단편선은 부서질 듯 섬세한 전유동의 음악에 강렬한 록 사운드를 끼얹어 나약함을 인정한 전유동의 음악 안에서 약동하는 단단한 힘을 끌어낸다.
지난 활동을 통해 전유동은 ‘자연주의자’나 ‘생태주의 음악가’라는 수식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창작이 가진 방향성은 특별한 계산에 의해 흘러가지는 않는다. 전유동은 지금껏 자신이 음악으로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지, 무엇을 사랑하는지를 오래 고민하며 살펴보았다. 수식과 평가와는 별개로 자신의 시선이 닿은 이야기를 꾸준히 써내고 들려줄 것이다.
HELLOKPOP
2023 In Review : Day9
Best Folk and Country
BEST FOKLK AND COUNTRY ALBUM 2023
Jeon Yoodong - 나는 그걸 사랑이라 불러 자주 안 쓰는 말은 아니지만
(I call It Love, Though It's Not the Word I Use often)
Jeon Yoodong's penchant for hard-hitting progression and beautiful melody, shown so potently in Leaving a Nest, positively exploded in
I Call It Love.
BEST FOKLK AND COUNTRY SONG 2023
Jeon Yoodong - 강변(Riverside)
"Riverside" is an enigma, its lyrics tenuously riverine and its progression a one-way street; but like any good piece of music, the sum of its parts says much more than the pieces do. Jeon strings imagery without denotation - ruins and stream velocities, glimmers and inundations - and the vague sense of loneliness in those words crystallizes into unbelievable catharsis in the suddenly downhill chorus.
어떤 사랑은 뒤늦게 밀려온다.
한겨례21 : 최지인의 너의 노래 나의 자랑
전유동의 두 번째 정규앨범 《나는 그걸 사랑이라 불러 자주 안 쓰는 말이지만》은 오래된 미래에서 온 편지 같다. “지금을 아주 그리워하게 될 거야”(<토마토>) 하고 노래하는 그는 철새가 도래(渡來)하듯 우리가 밤을 건너고 시간을 넘어 “내가 있는 이곳”(<강변>)으로 오길 기다린다. 어떤 사랑은 뒤늦게 밀려온다.
섬세한 관찰자의
식물학적 팝 뮤직. 전유동
온스테이지 2.0
올여름 나온 전유동의 1집 '관찰자로서의 숲'은 2020년이 가기 전에 한 번쯤 찬찬히 관찰해볼 만한 노래의 숲이다. 모던 포크를 등뼈로 하되 팝과 록의 방법론을 자유자재로 대담하게 갖다 붙인다. 론 섹스미스(Ron Sexsmith)의 어떤 곡들처럼 착하고 정갈한 어쿠스틱 팝이 문득 거친 포크 록으로 헝클어져 버릴 때 뜻밖의 진경이 출현한다. 음반의 형태 역시 좀 특이하다. 125쪽짜리 책 한 권인데 안데 CD도, LP도 없다. 첫 장에 음원 다운로드 링크만 QR코드로 그려뒀다. 책 안에는 창작에 관한 이야기를 에세이, 시, 가사의 형태로 담았다. 프로듀서, 공동 편곡자, 기타 연주자로 참여한 단편선의 노고 역시 치하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그가 천용성 1집 '김일성이 죽던 해'를 제작하며 부린 것과 비슷한 마법을 이번에 전유동에게 또 부렸다. 전유동은 좋은 포크와 훌륭한 팝을 품은 로커로서 우리 앞에 서 있다.
- 임희윤(동아일보 기자 / 온스테이지 기획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