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dren's Songs for All
Compilation album
2019. 12. 05
2. 따오기
프로젝트 '인천의 포크' 트릴로지의 마지막 컴필레이션
동요라 불리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에 대해
― 모두의 동요 Children's Songs for All
[모두의 동요]는 컴필레이션 음반으로서 아홉 명의 아티스트가 작업한 아홉 곡의 노래를 담고 있습니다. 작업의 테마가 '동요'라는 것을 제외하곤 작업의 방식과 방향에 대한 제약도 두질 않았습니다.
그 결과로, 참여한 아티스트 아홉 명은 각자가 떠올린 혹은 상상한 동요에 대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저마다의 작업을 내놓았습니다. 우리가 '동요'라 부르는 노래들에 근접한 음악을 써온 이도 있지만 또 누군가는 '동요'의 어떤 요소를 차용해 새로운 형식을 실험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이 유년기에 경험했던 따듯한 감정들에 대해 노래한 이도 있지만 싸우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바라보는 아이의 시점에서 노래부른 이도 있습니다. 동화적인 상상력을 동원해 우화를 그린 이도 있습니다.
이것은 동요일까요, 동요가 아닐까요. (그리고 동요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이 노래들을 통해 무언가를 주장하는 대신 [모두의 동요]라는 제목으로 묶어 여러분들에게 선보이기로 했습니다. 이 아름답고 이상한 컴필레이션이 가지고 있는 어떤 메시지가 있다면, 그것을 발견하는 것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 해설
"함께 살기 위해 스스로를 의심하는 일" ― 차우진(음악평론가)
이십대 중반 무렵이었다. 그때 자주 만나던 사람에게 ‘아무 걱정 없이 해맑던 다섯 살 무렵…’이라는 식으로 얘길 한 적이 있다. 그러자 그는 ‘다섯 살이 왜 해맑다고 생각해?’라고 물었다. ‘정말 궁금하지만 나는 절대로 동의할 수 없어.’라는 의도가 담긴 표정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그럴듯한 이유를 찾던 나는 한숨과 함께 이렇게 말했다. ‘별 생각 없이 쓴 표현이야.’ 그 뒤로 저런 식의 표현은 쓰지 않는다. 그리고 가끔 생각한다. 그때 그 사람을 만나서 정말 다행이라고.
우리는 우리의 관점으로 사물을 본다. 이때 관점은 위치에 따른 결과다. 높은 곳에서는 높은 곳의 관점이, 낮은 곳에선 낮은 관점이 생기기 마련이다. 별 생각 없이 얘기하는 것들은 대체로 자기 입장에서나 할 수 있는 말이다. 특히 감정과 감각에서 중요한 건 당사자의 관점이다. 동요 앨범 소개 글에 이런 얘기부터 꺼내는 이유가 있다.
‘동요’는 아이들을 위한 음악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이들에 대해 어른의 관점으로 본다. 아이들은 순수하고 해맑(아야 한)다. 유년기는 즐겁고 행복한 때다. 물론 대체로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아이가 행복한 건 아니다. 어른의 관점에서 아이의 세계는 행복해 보일 수 있지만, 정확히 말해 지금 당신이 보는 한 아이의 세계는 당신이 모르는 세계다. 그럼에도 어른들은 쉽게 아이의 삶을 얘기한다.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이의 삶은 주변화된다.
[모두의 동요]는 바로 이 주변적 감수성에 대한 앨범이다. ‘동요’라는 이름을 쓰고 있지만 우리가 아는 동요의 감각과는 조금 다르다. 어떤 곡은 불편하고 어떤 곡은 낯설다. 여기에 수록된 9곡은 모두 멜로디와 노랫말에서 다른 방법론을 구사한다. 어째서일까? 이제 이 앨범이 ‘인천의 포크 3부작’의 마지막 순서라는 점을 얘기할 차례다.
인천의 포크 3부작은 [인천의 포크], [서울, 변두리], 그리고 [모두의 동요]로 구성되어 있다. 인천은 한국에서 가장 먼저 근대화된 공업도시이자 지하철 1호선으로 서울과 가장 먼저 연결된 대도시다. 여기엔 식민지 역사뿐 아니라 서울을 중심으로 개발된 현대 대한민국의 주요 개념들: 수도권, 위성도시, 재개발, 광역시, 동아시아 등의 개념들이 개입된다. 덕분에 인천은 서울에서 물리적으로 가까우면서도 정서적으로 먼 도시가 되었다. 재개발의 관점뿐 아니라 역사적 관점에서도 인천은 서울의 관점에서 주변이자 변두리에 놓인다. 나 역시 인천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입장에서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서울을 오갈 때마다 느끼던 정체불명의 박탈감과 패배감을 기억한다. 인천의 포크 3부작은 바로 이 변두리의 정서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프로젝트다. ‘변두리’란 점에서는 아이의 삶이나 인천의 정체성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 프로젝트는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일련의 치유 과정으로도 이해된다.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서 모를 뿐, 여기에’도’ 음악이, 사람이 있다.
지금은 자기만의 관점을 가지는 것이 언제보다 중요한 시대다. 그러나 그것이 다른 존재를 부록처럼 만드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래서 관점을 가지는 것과 관점을 바꾸는 일 모두 중요하다. 세상 모든 분야에서 네트워크가 중요해지고, 그로부터 관계의 속성과 연결 구조가 세계의 본질이 되는 시대에 우리는 어느 누구도, 그 무엇도 타자화하지 않는 일에 대해 한 번쯤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함께 살아간다는 감각을 훈련하는 일은 바로 자신의 생존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인천의 포크] 3부작이 그에 대한 힌트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