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st as an Observer
Album
2020. 08. 03
참새는 귀여워(Sparrows are Adorable)
이끼(Moss)*
무당벌레(Ladybug)
4월이라는 제목의 추상화(The Abstract Painting Named April)
그 뻐꾸기(That Cuckoo)
The Beetle
미네르바의 올빼미(Minerva's Owl)*
75데시벨(75decibel)*
억새(Flame Grass)
따오기(36Y)(A Farewell of Ibis)
딱딱한 열매(Hard Fluits)
만개하는 생명에 대한 찬미
싱어송라이터 전유동 첫 정규앨범[관찰자로서의 숲]
“헨리 데이빗 소로우처럼 숲에 집을 짓고 그곳의 향기, 색채, 소리들을 자신의 언어로 전한다.” - 이한철
“그 숲에는 우리가 발견할 수 없는 이끼와 열매와 작은 날개를 가진 새, 그리고 계절에 따라 변하는 소리가 있다.” - 이호석
"듣고 있자니 습한 여름 바람 한 점이 뺨에 부딪힌다. 덕분에 오늘 저녁 마스크를 쓰고 강변 한 바퀴 돌아본다.” - 송재돈(밴드 신도시)
음반 소개- 누군가의 창가의 마지막 잎새를 그리는 일/ 천용성
어린 시절 즐겼던 만화를 다시 본다. 감상은 예전 같지 않다. 강백호나 서태웅, 못해도 이정환이나 김수겸은 될 줄 알았지만 실은 권준호나 고민구도 되지 못했고 손오공이나 베지터, 하다 못해 크리링 정도는 될 줄 알았지만 야무치나 챠오즈 심지어는 재배맨도 되지 못했으니까. 강팀과의 일전에, 명운을 건 사투에서 제외된 사람들. 나는 끽해야 그 정도니까.
세계 명작을 볼 때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이입의 대상은 병상 너머로 옮겨간다. 잎새를 바라보며 죽음을 고대하는 사람보다 흔들리는 사다리 위 위태로운 동작으로 벽을 쓰는 화가의 고됨이 신경 쓰인다. 모두가 잠든 밤 도둑처럼 그림을 그리곤 이내— 페인트 묻은 붓을 미처 빨지 못하고— 곯아떨어지는. 더러운 작업복, 땀내와 기름내, 어쭙잖은 훈수에 너무나 지쳐버린 화가.
화가는 그린다, 가짜 잎새를. 누군가 본다, 진짜 잎새를. 가짜가 진짜가 되고 진짜가 가짜가 되는 오해 속에서 등장인물과 독자는 나름의 무엇인가에 도달한다. 유동은 자연을 그린다. 약초꾼처럼 채집하고, 생상스처럼 모사하며, 배우처럼 연기한다. “스피커 안에 새가 있어요.” 그의 음악을 듣고 아이처럼 놀랄 일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조금 다른 차원에서— 그가 좋아하는 자연처럼— 적극적으로 위장한 유동을 오해하며 각자 나름의 무엇인가에 도달한다.
그가 택한‘오해’란 방식은 꽤나 긴 문예의 역사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것이지만, ‘살아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던 근래의(한국) 음악에서는 오히려 찾기 어려웠던 것이다. “풀, 다람쥐, 애벌레, 사슴과 고양이”를 노래하는‘시옷과 바람’이나“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신기”한‘AKMU’는 불현듯 자연을 마주하는 신비한 경험에 대해— 말하지 않는 방식으로든, 말하는 방식으로든— 이야기한다. 한편 이미 무당벌레이며 이끼인 유동은 조금은 다른 것들을 이야기한다.
어떤 거장과의 비교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어디에도 없는“조그만 예쁜 고래 한 마리”를 잡고자 하는 거장에게“동해바다”란 실상 이상향을 가장한 욕망의 대상일 뿐이다. 반면, 전유동은 도심과 멀리 떨어진 곳 혹은 손에 타지 않은 이국의 원시림에서만 만날 수 있다고 여겨지는‘태고의 순수’-‘진정한 자연’과 개발로 조성된 공원 풀 포기에 꼬여 있는 벌레, 쓰레기를 먹고사는 도심의 반-야생 동물, 둥지 아래 주차된 차를 하얗게 덮어버리는 새를 구별하지 않는다.
향토적이지도 목가적이지도 않은, 변조와 증폭이 적극적으로 사용된 음악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자연을 노래하는 사람들에게 으레 덧씌워지곤 하는— 도인이나 기인, 혹은 자연인보다는 다른 무언가에 가깝다. 고집이 완전히 꺾이거나 혹은 고집만이 남았을 때 사람들은 산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전유동은 고집과 타협하고 때론 타협을 고집하며, 어떻게든 얽혀있는 자연-사람을 굳이 풀지 않는 그런 사람처럼 보인다. 숲 지기가 아닌 숲이 되고자 하는.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큰 성공조차 너무 초라한 어떤 음악들은 생산적인 것을 하라는 응원과 조언, 경멸과 무시가 뒤섞인 말-돌을 견뎌내야 하며, 영원한 것으로 여겨지는 어떤 것들에 대한 노래는 개중에서도 더 큰 돌을 짊어져야 한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그것을 폐기하는 대신 언젠가 마주할 잠재적 청자를 향해 굳게 봉해 바다에 띄운다. 그것은 누군가의 창가의 마지막 잎새를 그리는 일과 다르지 않다.
2020. 7. 16.
한 해 전,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출발한, 또래의 음악가
천용성
-Credits-
전유동(Jeon Yoodong) Album [관찰자로서의 숲]
Produced by 단편선@오소리웍스
Music & Words by 전유동
Arranged by 전유동, 단편선, 복다진
Recorded, Mixed By 천학주@머쉬룸레코딩스튜디오, 전유동@인천대공원(1), @유동네(11), 이동희@푸른꿈스튜디오(4, vocal)
Mastered by 천학주@머쉬룸레코딩스튜디오
Vocal Directed by 단편선, 천학주
Acoustic Guitar 전유동, 단편선(8)
Electric Guitar 파제 Pa.je(2, 3, 8, 9, 10), 단편선(2, 3, 7, 8, 9), 전유동(10)
Electric Bass 송현우
Drum 박재준
Piano 복다진
Contra Bass 조은길(4)
Viola 하늘에선of 쓰다선(4)
Qanun, Fado, Laud 파제(7)
Ukulele 복다진(11)
Tambourine 전유동(9)
MIDI Programming 전유동
Vocal 전유동
Chorus 전유동, 단편선(3), 복다진(3), 천용성(3), 파제(3)
Art Cover by 박은국@eunkook.park
Design by 장희문@nice.cola
Photo by 박수환@swan.park_
Makeup By 권성희@makimakirobin
무당벌레 비디오
Video Directed by 단편선
Performed by 전유동
Assisted by 파제, 복다진
75데시벨 비디오
Video Directed by 김유라
Performed by 전유동
Assisted by 복다진, 김대호
Published by 포크라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