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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5일 또 하나의 답장이 도착했어요

  1. 3월 15일


작게 접힌 벼님의 편지를 받고 그날 집으로 돌아와 책갈피로 써야겠다며 책에 꽂아두고 답장을 깜빡했어요. 답장이 늦어서 죄송해요. 벼님의 편지를 보며 많은 생각을 했어요. 이유가 없는 사랑은 완전무결한 아름다움 그 자체나 선함의 본질 같은 느낌이에요. 맞아요. 이유가 없을 수도 있겠어요. 우리가 어떻게 무언가를 아름답다고 느끼게끔 설계된 건 지 궁금했어요. 마치 장조는 어째서 밝게 들리고 단조는 어둡게 들리는지에 대한 물음처럼요. 그 아름다움에는 완전한 사랑이나 완전한 선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했어요. 그리고 벼님의 편지를 받고 묵은 생각의 일부를 제 밖으로 내보낼 수 있었어요. 내가 어떻게 사랑과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인지보다 내가 지금, 이 순간 사랑하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게 중요하구나 생각했어요. 그리고 자주 안 쓰는 말이지만 저는 벼님들을 사랑하고 아끼고 있어요. 서로 상처받지 않을 만큼의 거리를 찾으면서요. 이내 다시 오래 갇혀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머리에 자리 잡았어요. 나와 나의 노래를 사랑해 주시기에 내가 벼님들을 조건적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것일까요. 하지만 저는 벼님들의 기억 속에 제가 잊혀도 벼님들을 사랑할 거라고 분명히 말씀드렸거든요. 이내 벼님들과 함께한 시간까지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응당 드려야 할 답장이나 응답이 아니라 보내주신 사랑과 그 시간과 상징들이 함께 연결된 공명에 가까운 것 같아요. 요즘 말하는 그날의 분위기, 온도, 습도랄까요? 함께라는 것이 이렇게나 아름다운 것인지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제 음악을 알아주셔서 감사해요. 주말이네요. 즐겁고 행복한 일이 가득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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