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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안

April 1, 2019


인천 주안으로 온 2년 전 겨울, 그 당시 읽고 있었던 시집이 3권밖에 되지 않는다. 다시금 그 시집들을 읽어볼 생각이다. "주안"의 노랫말 속에 등장하는 시집이 어떤 시인의 시집이었는지 어떤 시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텅 빈 전철칸에 나를 포함한 몇 명의 인원과 넉넉하게 내린 눈 때문에 물에 젖은 바닥, 꿉꿉한 히터, 그리고 밤이 오면 기차처럼 타닥거린다는 시의 한 구절만 기억날 뿐이었다. 2년전 서울 성북구에서 인천으로 이사오면서 나는 본가였던 경북 칠곡에서 대구까지 기차를 타고 왔다갔다 했던 대구에서의 음악 활동이 그려질 수밖에 없었다. 이젠 전철을 타고 40분에서 1시간을 내달려 홍대나 서울에서 공연을 해야한다. 공연을 마치고 공연으로 인해 뒷전이 된 저녁 식사를 하고 막차를 타고 갈 때면 항상 내 마음은 타닥일 수밖에 없었다. 묘사가 힘들지만 말 그대로 내 마음은 타닥이고 있었다.



겨울이 왔구나 예상한 날 이후로부터 나에겐 다섯 번의 눈이 내렸다 두 번은 창 밖으로 지켜봤고 세 번은 길 위에서 맞았다

누군가는 감탄하며 기뻐했고 누군가는 쓰라리며 아파했고 누군가는 읽을 수 없는 얼굴로 머리를 털어냈고 누군가는 우산을 들고 가고 있었다 한 손에 다른 우산을 든 채로

그제서야 난 소리 내어 울 수 있었다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어머니가 확신이 없는 채로 가득찬 우리가 색이 바래진 엽서가, 노래가 그 때 난 겨울이 왔구나 직감했다

전철 안에 있던 사람들에게 내가 읽고 있던 시집을 보여주며 말하고 싶었다 저도 밤이 찾아오면 기차처럼 타닥타닥 흔들려요


전철을 나와 썼던 이 글이 노랫말이 되었다.-


 한동안 외로움이라는 감정과 싸우며 "이것은 도대체 무엇일까?"라는 생각에 휩싸였다. 다음 해 설날 모두 각 자 집으로 돌아가던 날 아흔을 바라보시던 할머니께서 배웅을 하시며 눈물을 흘리셨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부모님을 향해 "저는 훗날 저 외로움을 이길 수 있을까 싶네요. 어머니, 아버지는 어떨 것 같으세요?". 어머니께서는 걱정하지 말라며 웃으며 얘기하셨지만 나는 할머니에게서 엿보인 그 외로움을 이겨낼 자신이 없었다. 익숙해지는 것일까 이겨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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