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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투어

새벽 늦게 도착했다. 혓바늘이 돋았고 목이 쉬었다. 난 술을 마시지 않았지만, 전국투어의 모든 밤을 5시간을 채 자지 못했다.

그래도 정말 행복했다. 요즈음 가장 행복한 순간들이 가득한 날들이었다.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편선님과 재준이와 다진이와 현우와 파제님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무척이나 고마웠다.


대구 공연 때 다 같이 납작만두를 먹자고 했는데 이번에도 먹지 못했다. 웃겨 정말. 8명이 함께 지낼 수 있는 숙소를 찾아서 다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전국투어 공연을 준비하며 자신을 많이 자책했던 것 같다. 내 공연인데 내가 힘을 짜내지 않았다. 그런데도 즐거운 공연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누군가가 나를 위해 그만큼 희생하고 마음을 써줬다는 뜻일 테다. 대구 공연 예매율을 사실 저조했고 뒤늦게 초대했다. 관객분들께 이전보다 더욱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 드리고 싶었다. 난 즐겁고 열심히 노래했고 책임감 있게 무대를 꾸몄다.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다. 대구 공연에 와준 권형 임은 벨로주 때보다 사운드가 듣기 좋았다고 해주셨다. 리허설 때 잘 되던 인이어가 안 들리던 것도 크고 작은 실수에 자책할 순간이 아까울 정도로 공연은 즐거웠다. 뒤풀이 때 신도시 드러머 정성훈 형님과 경래와 함께 했다. 재돈 형님은 가정의 행복을 위해 일찍 일어나셨고 대구 현우는 운동하러 갔다고 했다. 대구 현우랑은 대화도 많이 못 했는데 아쉬웠다. 대구 현우는 미리 공유한 전체 셋리스트를 봤는지 나를 보자마자 "형! 4제추 왜 불러? 4제추 불러달라고!" 했다. 숙소에서 편선님은 지친 몸을 이끌고 잠을 일찍 청했고 나머지는 다과와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중간중간 조는 친구들을 침실로 보내면서 네 명이 새벽 5시가 넘도록 이야기를 나눴다. 일어날 때 엄청 힘들었다. 누워서 눈을 떴는데 눈을 뜬 편선님과 마주하고 무서웠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신송자 신마산 돼지국밥"을 귀가 닳도록 얘기해서 체크아웃 후에 점심을 먹고 부산으로 이동했다. 나랑 다진이는 배부르게 먹었지만(?),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애매했다. 나머지는 정말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부산으로 내려갔다. 공용 주차장에서 파제님 차에 모든 악기를 미리 싣고 인근 카페에 가서 쉬었다. 인터뷰도 하고 이야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모두 피곤해 보였다. 술을 많이 마셨거나 너무 즐겁게 놀았거나 짐을 충분히 자지 못했거나 이 모든 것들이 해당하거나. 약국에 우르르 들어가 쇼핑했다. 피로해소제를 종류별로 샀다. 나는 대구 공연 이후 목이 더 안 좋아져서 용각산을 샀다. 오방가드리에는 대기실이 있지만 모두 나가서 맥주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눴다. 나와 단편선님은 대기실 소파에서 엎드리고 생기를 회복 중이었다. 부산 공연은 대구 공연보다 더욱 예매율이 저조했다. 부산에 있는 동료 뮤지션분들께서 많이 와주셨다. 감사했다. 오프닝 무대를 열어준 태평시간 분들의 음악도 좋았다. 태평시간의 무대를 보며 힘을 얻었다. 무대에 올라간 순간에는 피곤한 몸을 자각할 수 없었다. 더욱 빛나는 무대를 선보이고 싶었다. 노래할 때마다 공연장 구석에서 춤을 추거나 서로의 손바닥을 맞대는 권형님괴 경래와 수빈님이 보였다.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기태님이 춤을 추고 다른 관객분들이 웃으며 즐거워했다. 정말 함께여서 소중한 공연이었다. 대구에 이어 부산 공연까지 본 경래는 대구보다 다 좋았다고 해주었다. 잘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뿌듯하고 즐거운 공연이었다. 대구 공연을 마치고 숙소에서 친구들과 함께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관객 수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나를 다독이기 위해서 이야기했었지만 부산 공연으로 완벽하게 증명할 수 있었다. 비가 많이 왔다. 우리는 인사를 마치고 부산에서 바로 통영 숙소로 향했다. 3개의 방이 있는 시골 외할머니 집 같은 곳이었다. 다들 만족했다. 원래는 호진님 집과 게스트하우스를 내어주시기로 하셨지만, 인원이 많아져서 따로 숙소를 급하게 잡았는데 참 다행이었다. 단편선 팀이 치킨을 포장해 왔다. 멋져. 재준이가 맥주를 엄청 사 왔다. 편선님은 그날도 일찍 자러 갔고 다진이가 가져온 뱅을 했다. 첫 번째로 무법자였던 다진이와 재준이와 내가 이겼다. 재준이가 돌린 다이너마이트를 순둥순둥 보안관이었던 현우 차례에 터져버렸기 때문이다. 다음 판, 난 보안관이 되었고 많은 이들을 시험하며 질긴 긴장감으로 게임이 진행됐다. 끝내 보안관이 우승했고 부관을 확인했는데 재준과 다진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 게임을 끝내고 얘기를 나눴다. 누군가는 위로 해주고 누군가는 다짐하고 누군가는 책임감을 정비하는 시간이었다. 그날도 5시 가까이 잠이 들었다. 통영에서는 푹 잘 자고 일어났다. 5시간 잤는데 개운했다. 통영에서는 비가 안 오다니. 사사로운 덕담의 호진님께서 대구뽈찜을 사주셨다. 사사로운 덕담에서 토크쇼 세팅을 하고 파제님과 재준과 현우는 사우나를 갔다. 다진이는 차에 가서 잤다. 장시간 운전을 해서 아주 피곤해 보였다. 토크쇼를 즐겁게 마치고 모두 다 같이 악기를 옮겼다. 편선님이 악기 배치를 모두 마주 보며 원을 그리자고 하셨다. 정말 멋진 생각이었다. 평소 공연을 할 때 뒤에 있는 동료들의 얼굴을 볼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이런 배치는 사운드를 포기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셋업을 하는 동안 두근거렸다. 통영은 부산보다 예매율이 저조했지만 그런 건 이제 상관이 없었다. 나는 즐겁게 동료들과 함께 할 준비가 되었고 무대를 책임질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사운드 체크를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아서 다들 어리둥절해하며 좋아했다. 통영에서의 무대는 정말 신나고, 환상적이었다. 통영은 못 온다던 경래가 보경씨와 함께 왔다. 권형님과 경래는 3일간의 무대가 점점 좋았다고 해주었다. 정말 뿌듯했다. 나외 다진이와 현우는 월요일 일정으로 뒤풀이 중에 일어났다. 휴게소에서 만난 현우는 떠가는 운무를 보며 여운이 오래갈 거 같다고 했다. 행복했다는 현우의 게시물과 다른 이들의 감상이 나와 같다는 게 좋았다. 참 소중한 시간이었다.


전국투어가 끝나고 나는 아직도 짐을 다 풀지 못했다. 여독도 두근거리던 마음도 오래 가고 있다. 오늘 우리는 토요일 공연 합주를 위해 또 만난다. 일렁이는 마음에 기대어 덤벙대지 않기를 바란다. 정말 모두 모두 감사한 마음투성이. 글을 쓰는 도중 사사로운 덕담의 호진님이 선물을 보내주셨다. 우리 서로 감사하다.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좋은 음악을 하는 뮤지션을 늘 되고 싶지만, 오늘부터 돈도 많이 버는 뮤지션이 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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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


Jeon Yoodong
Jeon Yoodong
Nov 09, 2023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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