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벌레 (작업기_2)
- Jeon Yoodong
- 2019년 5월 27일
- 2분 분량
April 16, 2019
준스노우님과 <주안>의 보컬 녹음을 마무리 짓고 <무당벌레>의 녹음 계획을 세우기 위해 홈레코딩한 <무당벌레>를 함께 들었다.
준 : 집에서 하는게 마음이 편한가봐요? 이거 그대로 써도 되겠는데요?
클 : 그래요? 근데 노이즈가 많이 들어가서 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준 : 지워보면 되죠.
-단 몇 분만에 펼펴지는 준스노우 매직-
클: 오?...오!....오 !!!!! 그럼 집에서 녹음해서 보내 드릴게요!
준스노우님은 깔끔한 소스도 좋지만 느낌과 감정이 실려있는 소스들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셨다. 다음 날 오전부터 녹음에 돌입했다. 자취방이라 외부 소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이지만 준스노우님을 믿고 최대한 노이즈를 줄이는 셋팅에 많은 시간을 들였다. 노이즈와의 사투를 벌이던 중 대부분의 노이즈가 오디오인터페이스에서 새어나오는 전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헤드셋 볼륨을 최대로 높이고 어떤 유형의 노이즈인가를 파악하다가 우연히 오디오인터페이스에 손을 올렸는데 노이즈가 줄어들었다. 이 노이즈를 줄이기 위해 녹음할 때마다 오디오인터페이스에 손을 올리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고심 끝에 편의점으로 달려가 소시지를 사왔다. (모든 녹음이 끝난 시점에서 노이즈의 대부분이 우렁찬 냉장고의 소리라는 합리적 의심을 하고 있다.)

-천하장사 마안마안세에-
소시지에 붙어있는 스티커를 제거하면서 이렇게 까지 해야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이즈 감소량이 손을 접촉했을 때 보다 소시지를 올려놓았을 때가 작았다. 손보다 못했다. 하지만 손은 배고플 때 먹을 수가 없다.

보컬과 코러스 트랙 녹음을 끝내고 3년만에 피크통을 꺼냈다. 손으로 치는 스트로크보다 질감을 살릴 수 있는 피크 스트로크 트랙을 넣으면 좋겠다는 준스노우님의 디렉팅이 있었다.(Feat. 얇은 피크) 3년만에 피크다. 손으로 스트로크, 아르페지오, 퍼커시브를 하여 기타 반주의 단조로움을 피하고 싶었었다. 지금은 피크가 필요하다.

반사음을 줄이기 위해 기타용 리플렉션 필터를 사용했다. 보컬 녹음에는 컨덴서 마이크를 사용했지만 기타 녹음에는 다이내믹 마이크를 사용했다. 무조건 컨덴서 마이크가 필요한 공간이란 없다. 내 방은 더더욱 아니다. SM58과 SM57을 고민하다가 SM57을 선택했다. SM57 최고. 윗집에서 90년대 댄스곡 리믹스를 틀었는데 마이크로 수음되지 않았다.
(오디오인터페이스 위에 있던 소시지가 하나 없어졌다.)

준스노우님의 디렉팅 사항 중 하나가 1절에서 2절로 넘어가는 간주가 허전해서 채워야겠다는 것이었다. 그 문제를 고민하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다진이가 낙원상가에서 사준 "클라크 200주년 특별 에디션 C키 틴 휘슬"이 눈에 보였다. <무당벌레>에서 느낄 수 있는 아이리쉬한 느낌을 은은하게 내고 싶었는데 너무 대놓고 드러내는 건 아닐까 고민도 했지만 녹음 후에 들어보니 생각보다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실전 녹음 때는 이만저만 어려운 게 아니었다. 운지법을 몰라 리플렉션 필터에 운지표를 붙여두고 연주를 했다.

이번 작업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 내가 하는 음악을 장르로 서 가두면 색깔을 유지할 수도 있겠지만 장르에서 벗어나면 내가 시도할 수 있는 실험과 시도가 다양해진다. 중요한 건 그래도 음악에서 드러나는 난 어디 가지 않는다. 더욱 풍성해지고 녹음이 즐거웠다.준스노우님의 디렉팅이 크게 작용했다. 드럼 트랙을 파트별로 나누지 않았는데도 평소에 작업하던 트랙 수의 5배가 넘는다. 트랙수가 중요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번 작업에 있어서 나에겐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녹음은 끝났고 피아노와 퍼커션을 다듬으면 마무리가 된다. 발표된 후 피드백이 어떻든 지금 즐겁다. 이만큼 즐겁게 작업한 건 참 오래망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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