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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 6일 차

연천은 고요하지만 생명력이 넘실거리고 활기차다. 경계하는 이 없고 왜 왔는지 묻는 이 없다. 거대한 자연 아래 잔잔히 놓여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당연히 말을 할 수 있는 시간에는 말이 많아진다. 축적이 아니라 휘발이 되는 말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말들이 쌓이면 뱉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건지 중요한 말로 변화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다만 빈번히 말을 줄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은 신망리 역에서 경기문화재단에서 진행된 에코스테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공연을 했다. 관공서에서 남용하여 말하는 "버스킹"이라는 것! 사전미팅부터 나는 매끄럽지 못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나는 감정을 차분히 다스렸다. 해야하는 말들은 깔끔하게 전달했다. 덕분에 이 공연에서 내가 맡은 역할은 잘 해낸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이 공연의 사전답사를 위해 자전거를 타고 신망리역으로 가는 길도 참 좋았다. 능선을 타고 내려오는 구름의 그림자를 멍하니 보다가 페달을 밟아 그 그늘 안에 들어갔을 때는 자연의 보호를 받는 작은 존재로서 섞였다. 참 좋았다. 백로들이 많았고 검은댕기해오라기도 보았다. 풍광과 바람과 물소리 모든 것이 좋았다. 오래 기억될 장면들이었다.


숙소는 안락하고 평온하고 따뜻하다. 창문을 열어놓고 들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소파에 누워있는 것도 참 좋다. 이렇게 마음 편하게 있어도 될까 생각했다. 다른 공연들 준비를 해야지. 일단 옷을 갈아입으니 눈이 감긴다. 달콥한 낮잠을 자고 케이스에 넣어둔 기타를 꺼내서 노래를 지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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